직장 스트레스 풀릴 때 보면 딱인 유쾌한 로드무비 추천

로드무비추천

🎬 퇴직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 로드무비가 직장인 마음에 딱 맞는 이유

이 글을 쓰게 된 건, 솔직히 말하면 꽤 사소한 계기였습니다. 퇴직하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는데, 아침에 눈을 떴는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30년 동안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넥타이 매고 출근했던 사람이, 갑자기 아무 데도 안 가도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근데 그게 편한 게 아니라, 처음엔 되게 무서웠습니다.

그날 오후에 그냥 멍하니 TV를 켰다가 케이블 채널에서 낡은 로드무비 하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버스가 먼지 날리는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었는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빠지더라고요. 그때부터였습니다. 로드무비를 찾아보기 시작한 게.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직장 다닐 때 이런 영화들 좀 봤더라면 어땠을까. 매일 야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유튜브 쇼츠나 넘기다 잠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직장 다니는 분들, 특히 가슴이 답답하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분들한테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 막상 찾아보니 — 로드무비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처음엔 로드무비 하면 그냥 차 타고 달리는 영화겠거니 싶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좀 시시할 줄 알았어요. 스토리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근데 막상 여러 편 보다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로드무비의 핵심은 ‘이동’이 아니라 ‘변화’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주인공들이 어딘가를 향해 가는 동안, 서로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게 직장생활이랑 묘하게 닮았습니다. 아침마다 같은 길을 가는 것 같아도, 사람은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까요. 30년 직장생활 하면서 저도 그렇게 변해왔다는 걸, 영화 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고 여러 번 다시 보게 된 영화들을 몇 편 골라봤습니다. 정보 위주로 나열하는 건 재미없으니까, 제가 각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네브라스카」 — 아버지 생각이 나서 혼자 한참 멍했습니다

흑백 영화입니다. 처음에 흑백이라길래 좀 졸리겠다 싶었어요. 근데 이거 생각보다 유쾌합니다. 치매 기운이 있는 고집 센 노인 아버지와 아들이 상금을 찾으러 차를 타고 가는 이야기인데, 웃기면서도 짠합니다.

저한테 특히 와 닿았던 건, 아버지 캐릭터였습니다. 평생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이는 노인인데,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무게 같은 게 화면에서 느껴지거든요. 저도 30년 직장생활 했지만 딱히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팀장 한 번 해보고 그냥 평사원으로 마감했으니까요. 근데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이 영화 보면서 처음으로 좀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 「어바웃 슈미트」 — 퇴직 직후에 보면 뒤통수를 맞습니다

이건 진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퇴직한 보험 회사 직원이 은퇴 후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유쾌하냐고 물으면 좀 미묘합니다. 웃긴 장면도 분명히 있어요. 근데 무겁습니다. 직장에서 나온 사람이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해 흔들리는 게 너무 현실적으로 묘사돼 있어서, 저는 보다가 리모컨 들고 한 번 멈췄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주인공이 어린 아프리카 아이한테 편지를 쓰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뭔가 확 무너지더라고요. 그 사람이 쓰는 편지가 결국 자기 자신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이 영화는 직장 다니는 분들보다는 퇴직을 앞뒀거나 막 퇴직한 분들한테 더 맞을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전부였던 분들이라면 더요.

🎥 「리틀 미스 선샤인」 — 이건 그냥 무조건 봐야 합니다

이 영화는 진짜입니다. 제가 로드무비를 찾아보면서 딱 한 편만 고르라면 이걸 고를 것 같습니다. 망가진 가족이 낡은 노란 버스 타고 딸의 미인 대회를 위해 달리는 이야긴데, 그 버스가 중간에 자꾸 퍼집니다. 문도 고장나서 달리면서 타야 하고. 근데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뭔가 우리네 직장생활이랑 닮아 보이는 거예요.

매일 뭔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도 일단 달리는 거잖아요. 다들 자기 상처 하나씩 안고 있으면서, 그래도 같이 가는 거. 직장에서 팀으로 일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공감 가는 장면이 있을 겁니다. 결말도 엄청 유쾌하게 끝납니다. 마지막 장면은 진짜 박수 칩니다.

🎥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 떠나고 싶을 때 보면 심장이 뜁니다

이 영화는 젊은 두 친구가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횡단하는 이야기입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가득한데,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가다가 오토바이가 완전히 망가지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고생도 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 보고 나서 저는 한 동안 배낭여행이나 한번 다녀올까 생각했습니다. 58세에 무슨 배낭여행이냐고 아내한테 한 소리 들었지만요. 하하. 근데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뭔가를 건드려줬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이 영화들 보면서 좋았던 점

  • 억지로 힐링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요즘 힐링 영화라고 하면 너무 예쁘고 착한 것들이 많은데, 로드무비는 길 위에서 싸우고 지치는 모습도 다 보여줍니다. 그게 오히려 더 위로가 됩니다.
  • 보는 동안 진짜로 어딘가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직장 다닐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나는 늘 제자리’라는 느낌이었는데, 영화 속 풍경이 계속 바뀌는 걸 보면서 그 답답함이 좀 풀렸습니다.
  • 여운이 깁니다. 영화 끝나고 한동안 멍하게 있게 됩니다.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해 잠깐 생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이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드무비가 다 유쾌한 건 아닙니다. 제가 처음에 기대한 것보다 무거운 작품들이 많았어요. 「어바웃 슈미트」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 풀려고 봤다가 오히려 더 복잡한 감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양 배경 로드무비는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정서적으로 좀 먼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아쉬웠어요. 우리나라 감성으로 만든 로드무비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로드무비도 있긴 한데, 아직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

또 한 가지. 로드무비는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중간에 스마트폰 보다가 놓치면 흐름이 끊깁니다. 저는 초반에 그걸 몰라서 두세 번 다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시간 여유 있을 때, 폰 내려놓고 보는 걸 추천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들 — 주변 친구들이 물어본 것들

Q. 로드무비가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이게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빠른 전개나 반전을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근데 「리틀 미스 선샤인」 같은 경우는 그런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웃음 포인트가 계속 나오거든요. 처음 도전하신다면 그걸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Q. 혼자 봐야 재미있나요, 같이 봐야 재미있나요?

제 경험상, 처음에 혼자 보고 나중에 같이 보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혼자 볼 때는 조용히 생각에 잠길 수 있고, 같이 보면 끝나고 이야기 나누는 게 또 재미있거든요. 아내랑 「리틀 미스 선샤인」 보고 한 시간 넘게 이야기했습니다.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Q. 직장 스트레스가 심할 때 봐도 되나요?

됩니다. 오히려 그럴 때 더 잘 맞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길 위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가는 걸 보다 보면, 이상하게 내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만 너무 지쳐서 눈물이 먼저 나올 것 같다 싶으면, 「리틀 미스 선샤인」처럼 유쾌한 걸로 먼저 시작하세요.

✈️ 마무리하며 — 길 위에서 보내는 두 시간

30년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저는 참 열심히 달렸습니다. 근데 어디를 향해 달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목표를 향해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 끝나고 나니 그냥 달리는 것 자체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로드무비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목적지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 보이는 풍경, 나누는 대화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직장에서 허덕이고 있는 분들한테, 이 영화들이 작은 숨구멍이 돼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두 시간짜리 여행입니다. 돈도 얼마 안 들고, 짐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지친 몸 소파에 눕히고, 스마트폰 뒤집어 놓고, 노란 버스 한 번 타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후회 안 하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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