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원작 소설, 영화와 드라마로 비교해보기

원작 영화 비교

📚 원작 소설, 영화로 봤다가 드라마로 또 봤다가… 이 나이에 이런 재미가 생길 줄 몰랐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잠이 잘 안 오는 새벽에 유튜브나 OTT를 뒤적이는 거입니다. 처음엔 그냥 되는 대로 봤습니다. 근데 어느 날 우연히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걸 발견했고, 그게 드라마로도 나온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더군요. “아, 이거 비교해가면서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사실 직장 다닐 때는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빠듯했습니다. 30년을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 10시에 들어오는 생활을 했으니까요. 그때 잠깐잠깐 읽었던 소설들이 지금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뭔가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랄까요. 그 친구가 세월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얼굴이 되어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 직접 비교해보니 —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처음 이 비교 감상을 시작한 건 소설 <강철군화>가 아니라, 훨씬 친숙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비교해본 건 원작 소설이 있는 한국 작품들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고, 또 하나는 조정래 선생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였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처음 그 소설들을 읽은 게 30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거의 20년도 더 지난 기억을 더듬어가며 영상물을 보게 된 셈이죠.

근데 막상 해보니까, 처음엔 좀 당황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소설 속 장면이랑 영화 속 장면이 너무 달랐거든요. 저는 속으로 “이 인물이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계속 원작 소설과 비교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자체를 제대로 못 즐긴 거 있죠. 처음엔 그게 불만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차이 자체가 재미가 됐습니다.

영화는 대체로 핵심만 남깁니다. 두 시간 안에 모든 걸 담아야 하니까요. 소설에서 몇 챕터에 걸쳐 묘사되는 인물의 내면 변화가, 영화에서는 배우의 눈빛 하나로 처리됩니다. 처음엔 “이게 뭐야, 너무 건너뛰었잖아” 싶었는데 나중엔 그 눈빛 하나를 읽는 게 또 다른 독서처럼 느껴지더군요. 드라마는 또 달랐습니다. 드라마는 시간이 충분하니까 원작의 구석구석을 살릴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잠깐 등장했던 조연 캐릭터가 드라마에서는 독립된 서사를 갖게 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게 오히려 원작 소설을 새로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 좋았던 점 — 같은 이야기로 세 번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비교 감상에서 가장 좋았던 건, 솔직히 말해서 “감동을 여러 번 받는다”는 겁니다. 같은 이야기인데 소설로 읽을 때, 영화로 볼 때, 드라마로 볼 때 각각 전혀 다른 감정이 올라옵니다. 이게 신기하더라고요.

소설은 내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세계입니다. 등장인물의 얼굴도, 목소리도 전부 내가 만든 겁니다. 영화는 감독이 그 상상을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시켜 놓은 겁니다. 드라마는 그 해석을 조금 더 느리고 깊게 풀어내는 방식이고요. 이 세 가지를 다 경험하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이해됩니다. 마치 조각품을 정면에서만 보다가, 옆면과 뒷면까지 다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또 좋았던 점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다시 펼치게 된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장면, 원작에서는 어떻게 나왔더라?” 하고 소설을 다시 꺼내게 됩니다. 퇴직 후에 독서 습관을 되살리고 싶었는데, 이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억지로 책상에 앉아서 “오늘 30페이지 읽겠다” 다짐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책으로 돌아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각색 과정에서 감독이나 작가가 원작의 어느 부분에 방점을 찍었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같은 소설을 읽고도 영화 감독과 드라마 작가가 전혀 다른 주제를 중심에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아, 이 이야기가 이렇게도 읽힐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이 생깁니다. 58년을 살면서도 아직 이런 새로운 발견이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 아쉬웠던 점 — 솔직히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좋은 것만 있으면 거짓말이겠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털어놓겠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각색 과정에서 원작의 깊이가 너무 많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특히 영화가 그렇습니다. 소설에서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심리적 배경이 몇십 페이지에 걸쳐 촘촘하게 쌓여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 배경 없이 행동만 나옵니다. 그러면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왜 갑자기 이러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원작을 아는 저는 알아서 이해하지만, 그걸 모르고 영화만 본 사람한테는 캐릭터가 얄팍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드라마는 또 반대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니까 원작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추가된 내용이 원작의 분위기와 잘 맞을 때는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때는 오히려 원작의 힘을 희석시켜 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어떤 작품은 원작에서는 여운이 남는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걸 억지로 매듭지어버려서 오히려 감동이 반감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만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영화에서 본 배우의 얼굴이 머릿속에 박혀버리면, 그 이후 소설을 다시 읽을 때 그 배우가 계속 겹쳐 보입니다. 제가 그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상상 속의 이미지가 덮어씌워지는 거죠. 이게 때로는 풍성한 경험이 되지만, 때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나서 영상물을 보는 순서가 더 좋겠다는 걸, 몇 번 역순으로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 자주 받는 질문들 — 주변에서 이런 걸 많이 물어봤습니다

Q.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야 하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먼저 봐야 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 먼저 읽는 걸 추천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소설을 먼저 읽으면, 내 머릿속에 그 세계가 먼저 만들어집니다. 그 세계를 기준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비교하면, 감독이나 작가의 선택을 훨씬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보면, 그 영상이 너무 강렬해서 소설을 읽을 때 상상력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더군요. 물론 순서보다 중요한 건 세 가지 모두 경험해보는 것이긴 합니다.

Q. 어떤 작품으로 시작하면 좋을까요?

너무 어렵거나 무거운 작품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소설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부터 대문호의 철학적 소설로 시작하면 비교가 아니라 숙제가 되어버립니다. 저는 익숙한 장르 소설이나 베스트셀러 중에서 영화·드라마 둘 다 만들어진 작품을 골랐습니다. 이미 한 번쯤 들어봤던 제목이라면 더 좋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야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Q. 원작과 각색 작품, 어떤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건 단연코 “우열이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소설이 줄 수 있는 것이 있고, 영화는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동시에 이해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질문 자체가 조금 달리 보이게 됩니다.

✍️ 마무리 — 이 나이에 이런 취미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퇴직하고 나서 솔직히 좀 막막했습니다. 30년 동안 회사가 하루의 구조를 다 만들어줬는데, 그게 없어지니까 하루가 너무 넓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보는 걸로 시간을 채우기 시작했고, 어쩌다가 이 원작 비교 감상이라는 취미를 만나게 됐습니다.

이게 단순히 영화 보는 것보다 훨씬 풍성한 경험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구나”, “이 감독은 이 장면을 왜 뺐을까”, “이 배우는 이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이런 생각들이 하루를 꽉 채워주는 기분입니다.

추천 대상을 굳이 말씀드리자면, 저처럼 퇴직 후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분들, 혹은 오랫동안 책과 멀어졌다가 다시 독서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진심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거창한 준비 없이도 됩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하나 떠올려보시고, 그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는지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 경험하면서, 매번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취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소설 한 권이 이렇게 새로운 즐거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알게 돼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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