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SF 영화와 요즘 SF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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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SF 영화와 요즘 SF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점

퇴직하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버릇이 뭔지 아십니까. 오전에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서 영화 하나 틀어놓는 겁니다. 30년 직장생활 동안 못 봤던 것들을 이제야 하나씩 챙겨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유명하다는 영화들 위주로 봤는데, 어느 날 제 아들 녀석이 집에 왔다가 제가 보던 영화를 보고는 “아버지, 이런 거 보세요?” 하면서 신기해하더라고요. 제가 보던 건 오래된 SF 영화였고, 아들이 추천해준 건 요즘 나온 SF 영화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두 가지를 번갈아 보다 보니까,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전문가 얘기가 아니라, 그냥 영화 좋아하는 퇴직자 아저씨 눈으로 본 이야기입니다.

📼 고전 SF 영화, 그게 뭔데요?

제가 말하는 고전 SF라는 건, 제가 젊을 때 극장에서 보거나 나중에 비디오로 빌려봤던 영화들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스필버그의 E.T.,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 같은 것들이죠. 제 기억이 맞다면, 저 젊을 땐 이런 영화들이 나올 때마다 동네에서 꽤 화제였습니다.

고전 SF의 가장 큰 특징은 뭐냐, 저는 “질문하는 영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주선이 나오고 외계인이 나와도, 결국 그 영화가 묻는 건 인간에 관한 겁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인간과 뭐가 다른가. 우주 어딘가에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가 있다면, 우리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그런 무거운 질문들을 영화 내내 던집니다. 답은 안 줍니다. 그냥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만들죠.

그리고 속도가 느립니다. 요즘 말로 하면 “템포가 느리다”고 해야 하나요. 사실 처음 다시 보기 시작할 때, 솔직히 지루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틀었다가 30분 만에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다시 봤더니, 그 느린 템포가 오히려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였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화면이 바뀌는 속도가 느리니까, 보는 사람이 스스로 그 장면에서 뭔가를 느껴야 하는 겁니다. 영화가 감정을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꺼내먹어야 하는 방식이라고나 할까요.

특수효과는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초라합니다. 근데 막상 보다 보면 그게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설픈 모형 우주선이나 분장이 묘하게 정겹기도 하고요. 어릴 때 그걸 보고 진짜 우주선인 줄 알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했습니다.

🚀 요즘 SF 영화, 뭐가 다른가요?

아들이 추천해준 영화들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인터스텔라, , 어벤져스 시리즈, 애드 아스트라, 엑스 마키나… 이런 것들을 봤습니다. 처음엔 압도됐습니다. 아, 이게 영화구나 싶을 정도로 화면이 크고 소리가 웅장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다 그림 같았습니다.

요즘 SF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는 “보여주는 영화”라고 합니다. 감정을 설명해줍니다. 음악이 깔리면서 “지금 슬퍼해야 해요”라고 알려주고,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면서 “지금 흥분해야 해요”라고 알려줍니다. 관객이 생각할 틈을 잘 안 줍니다. 대신 그 틈을 영화가 채워줍니다. 그게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보는 내내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비교가 안 됩니다. 듄을 처음 봤을 때, 모래 행성 장면에서 진짜 그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주 장면들은 실제 우주 사진보다 더 우주 같았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요즘 SF 영화 한 편 만드는 데 들어가는 CG 작업량이 고전 SF 영화 수십 편 분량은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차이가 화면에 고스란히 나옵니다.

근데 보고 나서 드는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화면은 엄청난데, 영화관 나오면서 “오, 재밌었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전 SF를 볼 때는 보고 나서 며칠을 그 장면이 머릿속에 맴돌았거든요. 이게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다른 겁니다.

🔍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결정적인 차이

두 가지를 번갈아 보면서 제가 정리한 차이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 질문 vs 대답: 고전 SF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요즘 SF는 세계관과 스토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답까지 같이 줍니다. 어느 쪽이 좋냐는 개인 취향의 문제입니다.
  • 여백 vs 밀도: 고전 SF엔 여백이 많습니다. 요즘 SF엔 넣을 수 있는 걸 다 넣어놨습니다. 저는 처음엔 여백이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보다 보니 그 여백이 제 감정을 집어넣는 공간이더라고요.
  • 개인 vs 스펙터클: 고전 SF는 주로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사람이 겪는 내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SF는 세계가 무너지고 우주가 바뀌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스케일이 다릅니다.
  • 불안 vs 경이: 고전 SF가 주는 감정은 주로 묘한 불안감과 고독감입니다. 요즘 SF는 경이로움과 흥분감을 주는 쪽입니다. 물론 인터스텔라처럼 둘 다 가진 경우도 있지만요.

아, 그리고 이건 제가 직접 느낀 건데요. 직장 다닐 때 야근하고 지쳐서 집에 들어오면,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는 못 보겠더라고요. 그냥 화면에서 볼거리를 던져주는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SF는 그 역할을 정말 잘 합니다. 반면에 지금처럼 시간이 넉넉하고, 마음이 조금 한가로울 때는 고전 SF가 훨씬 깊이 들어옵니다. 같은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화가 달라진다는 걸, 퇴직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 어떤 분께 고전 SF가 맞을까요?

고전 SF는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고, 좀 멍하니 있고 싶은 분
  • 영화 보고 나서 누군가와 한참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
  • 빠른 속도보다는 느리게 음미하는 걸 좋아하는 분
  • 화면보다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 영화를 원하는 분

단, 한 가지는 미리 말씀드립니다. 처음 보다가 “이게 뭐야” 싶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중간에 끄지 마시고 끝까지 보시면, 보고 나서 뭔가 남는 게 있을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영화들입니다.

🍿 어떤 분께 요즘 SF가 맞을까요?

요즘 SF는 이런 분들께 잘 맞습니다.

  • 일하고 지쳐서 그냥 눈으로 뭔가 신나는 걸 보고 싶은 분
  • 온 가족이 함께 앉아서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한 분
  •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화면에서 에너지를 얻는 분
  • 스토리가 복잡해도 세계관 자체가 흥미로운 영화를 좋아하는 분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요즘 SF는 시리즈물이 너무 많습니다. 한 편만 봐서는 전체 이야기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보다 보면 이것저것 다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깁니다. 저같이 느긋하게 한 편씩 보는 사람한테는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게 요즘 SF의 솔직한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 마무리하며

결국 고전 SF와 요즘 SF는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른 종류의 영화입니다. 고전 SF는 느리게 독자를 안으로 끌어당기고, 요즘 SF는 강하게 바깥에서 밀어붙입니다. 둘 다 SF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주는 경험이 꽤 다릅니다.

저는 요즘 둘 다 챙겨보고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고르는 재미도 생겼고요. 퇴직하고 나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다는 게, 솔직히 30년 직장생활 중 어떤 날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저녁, 그냥 기분 따라 하나 틀어보시면 어떨까요. 정답 없는 영화 선택이, 사실 꽤 자유롭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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