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칸황금종려상

🎬 퇴직하고 나서야 제대로 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뭔지 알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찾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30년을 직장 다니면서 영화 볼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막상 극장 가면 마블이나 한국 블록버스터 보기에 바빴습니다. “예술영화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냥 멍하게 앉아서 화면만 봐도 이해가 안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랄까요.

퇴직하고 나서 처음 몇 달은 진짜 할 일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다 독립했고, 아내는 아직 일하고 있고. 오전에 산책 한 번 하고 나면 오후 내내 혼자였습니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를 영화 리뷰 채널로 데려다놨고, 거기서 누군가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이야기를 하는 걸 보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그 사람이 “이 영화, 생각보다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하는 말이 귀에 걸렸습니다. 그게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그 이후로 몇 달 동안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을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유료 결제, 심지어 동네 도서관 DVD 대출까지 동원했습니다. 전부 다 좋았던 건 아닙니다. 솔직히 두 편 정도는 중간에 멈추고 한숨도 잤습니다. 하지만 몇 편은 진짜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평범한 분들, 저처럼 예술영화 별로 안 좋아하던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골라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직접 보면서 느낀 것들 — 황금종려상 수상작 감상기

첫 번째로 본 건 기생충이었습니다

한국 영화니까 일단 부담이 없었습니다. 사실 개봉할 때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황금종려상 받고 나서 다시 한 번 봤습니다. 두 번 보니까 처음엔 그냥 웃겼던 장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건지 느껴졌습니다. 저는 직장생활 30년 동안 대기업 밑에 있는 중소기업 소속이었거든요. 갑을 관계라는 걸 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박 사장네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냥 영화 이야기로만 안 보였습니다. 계단 위와 아래. 그게 다인 것 같은데, 그 단순한 구조가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두 번째 볼 때는 중간에 혼자 멈추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에서도 ‘입문용’으로 추천하기에 딱 좋습니다. 스릴러처럼 보이고, 코미디처럼 웃기다가, 어느 순간 묵직하게 눌려오는 그 감각이 있습니다. 굳이 영화 이론 같은 걸 몰라도 됩니다.

그다음은 로제타였습니다 — 이건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다르덴 형제 작품이라고 해서 찾아봤는데, 처음 20분은 숨이 막혔습니다. 카메라가 주인공을 계속 따라다니는데, 편집도 거의 없고, 배경음악도 없습니다.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근데 30분쯤 지나니까 이상하게 눈을 못 뗐습니다. 로제타라는 아이가 그냥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게 얼마나 절박한지가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 본 날 밤에 잠이 잘 안 왔습니다. 묘하게 불편한데, 그 불편함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솔직히 모든 분께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뭔가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이야기가 빠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한테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 시절 고생해봤거나, 혹은 지금 자식들이 취업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는 부모 입장이라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엘레판트 — 이건 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 작품입니다. 처음엔 뭘 보여주려는지 감이 잘 안 왔습니다. 그냥 고등학교 복도를 한없이 따라가는 카메라. 학생들의 평범한 하루. 근데 끝에 가면 충격이 옵니다. 영화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사건”보다 “그 전날의 일상”이 얼마나 무겁게 남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직장 다닐 때 후배 직원 중에 힘든 시간을 보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 제가 좀 더 알아차렸어야 했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 감정이 이 영화 때문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아무르 — 중년 이후에 보면 다른 영화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이 작품은, 솔직히 젊었을 때 봤다면 아마 “노인 영화”라고 무시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 나이에 보니까 다릅니다. 늙고 아픈 아내를 돌보는 남편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것도 없고, 반전도 없습니다. 그냥 두 사람이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왜냐면 저도, 그리고 제 아내도 언젠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영화 다 보고 나서 아내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딱히 할 말은 없었는데,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50대 이상 분들, 특히 부부가 함께 보면 뭔가 오래 이야기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추천합니다. 단, 가볍게 보려는 날엔 피하는 게 좋습니다.


👍 황금종려상 수상작, 이런 점이 좋았습니다

  • 한 번 보고 끝나지 않습니다. 며칠 뒤에도 장면이 떠오릅니다. 블록버스터처럼 극장 나오면 다 잊어버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 나이 들수록 더 잘 보입니다. 젊었을 때는 이해 못 할 감정들이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쌓이면 이 영화들이 말하는 것들이 조금씩 들립니다.
  •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도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착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천천히 가는 것입니다.
  • 다양한 나라, 다양한 삶을 봅니다. 제가 평생 대한민국에서 살았는데, 이 영화들 통해서 이탈리아 노동자 가족, 루마니아 학교, 아프리카 아이들 이야기를 봤습니다. 세계가 좀 더 넓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영화들은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보고 나서 어떻게 느끼든 그게 맞는 겁니다. 처음엔 그 점이 답답했는데, 지금은 그게 오히려 좋습니다. 직장 다닐 땐 항상 정답이 있어야 했거든요. 퇴직하고 나서야 “모르겠다”는 게 꼭 나쁜 게 아닌 줄 알았습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좋은 것만 이야기하면 거짓말이 되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접근성이 너무 낮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찾아본 수상작들 중에서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 제대로 올라와 있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기생충이야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다르덴 형제 초기작이나 켄 로치 감독 작품들은 찾는 것 자체가 일이었습니다. 도서관 DVD 대출까지 했다고 했잖습니까. 그게 좀 불편했습니다.

둘째, 자막 품질 문제입니다. 공식 자막이 아닌 걸로 보다 보면 번역이 이상한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 자막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건지,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감독이 의도한 침묵이나 여백을 자막이 설명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 영화가 가진 느낌이 반감된 적도 있었습니다.

셋째, 솔직히 다 재밌지는 않습니다. 황금종려상이라고 해서 다 일반인 취향에 맞는 건 아닙니다. 저도 중간에 졸거나 멈춘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게 창피한 일은 아닙니다. 그 영화가 내 상황과 감정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시기에 보면 또 다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이해가 안 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만, 억지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넷째, 혼자 보기엔 너무 무거운 영화들이 있습니다. 아무르를 오후 내내 혼자 봤을 때, 끝나고 나서 한동안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낮 시간에 혼자라는 게 그때는 좀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영화 탓이 아니라 제 상황 탓이긴 합니다.


❓ 자주 받는 질문들

Q. 영화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나요?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영화 이론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미장센이니 롱테이크니 하는 말도 사실 잘 모릅니다. 근데 좋은 영화는 그런 거 몰라도 감정이 전해집니다. 오히려 너무 분석하려 들면 영화를 즐기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냥 보고, 뭔가 느껴지면 그게 다입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꼭 뭔가 거창한 걸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 영화들도 결국 사람 이야기거든요.

Q. 어떤 영화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기생충부터 시작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 영화라 언어 장벽이 없고, 장르적 재미도 있어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특유의 “느린 영화” 공포를 일단 없애줍니다. 그다음으로는 아무르를 권합니다. 특히 50대 이상이시라면요. 그다음은 보고 싶은 걸 보시면 됩니다. 순서 같은 건 없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는 기생충, 로제타, 엘레판트, 아무르 순서로 봤는데, 그게 딱 맞는 순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Q. 우울한 영화들만 있지 않나요?

우울한 영화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근데 “우울하다”는 것과 “나쁘다”는 건 다릅니다. 사실 제가 직장 다니면서 가장 싫었던 게, 모든 게 해피엔딩으로 포장되는 거였습니다. 분기 실적 좋지 않아도 “우리 할 수 있다!” 하는 분위기 있잖습니까. 영화만큼은 솔직한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울한 것 같아도, 보고 나면 오히려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 드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다 털어내고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꼭 즐거워야만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걸, 퇴직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 마무리하면서

저처럼 직장 다닐 때는 영화를 그냥 “시간 때우기”로만 봤던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서 극장 가는 거지, 뭔가 남기려고 본 게 아니었습니다.

근데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지니까, 영화 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중간에 멈추고 생각도 하고, 다음날 다시 이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보다 보니 황금종려상 수상작들이 왜 그 상을 받았는지가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대단한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힘이 있어서인 것 같았습니다.

꼭 대단한 영화 팬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처럼 그냥 할 일 없는 오후에 뭔가 볼 게 필요한 분이어도 됩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겁먹지 마시고, 한 편씩 천천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 중에 하나쯤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영화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오후에 한 편 볼 예정입니다. 뭘 볼지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만,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뭘 볼지 고르는 시간도 즐거우니까요. 이 글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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