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혼자 영화관 가기 민망하신 분들께 드리는 팁

🎬 퇴직 후 혼자 영화관 가기 민망하신 분들께 드리는 팁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처음엔 정말 민망했습니다.

30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영화관이라는 곳은 늘 ‘누군가와 함께’ 가는 곳이었습니다. 가족이랑, 동료랑, 아니면 부서 회식 후 2차로. 혼자 간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3월에 퇴직을 했습니다. 58년 개띠, 드디어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습니다.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할 게 없습니다. 아내는 출근하고, 애들은 각자 바쁘고. 오전 10시에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켜면 뉴스 아니면 홈쇼핑입니다. 일주일 정도 그렇게 보내니까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그때 문득 생각났습니다. 아, 요즘 개봉한 영화가 뭐가 있더라. 그래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보고 싶은 영화는 있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었습니다. 옛날 회사 동기한테 연락해볼까 하다가, 괜히 민폐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내한테 “오늘 반차 내고 나랑 영화 보러 가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실 저도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영화관 가면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을까?” “매점에서 팝콘 혼자 사면 직원이 이상하게 볼까?”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엔 진지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서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간 날. 상영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치 신입사원 때 첫 프레젠테이션 하기 전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까요.

아무도 저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 직접 해보니 이렇더군요

첫 번째 혼영의 기억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 4월 초였을 겁니다. 평일 오전 11시 상영. 관객이 열 명도 안 됐습니다. 대부분 저처럼 중년 남성이거나, 젊은 여성분들이 혼자 오신 경우였습니다. 커플? 한 팀도 없었습니다.

그날 본 영화가 뭐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범죄 스릴러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내용보다 “아, 생각보다 혼자 온 사람이 많구나”라는 사실에 더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상영관 불이 꺼지는 순간, 민망함도 같이 꺼졌습니다.

나만의 루틴이 생기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영화관을 갑니다. 이제 1년이 넘었으니까 족히 150번은 갔을 겁니다. 제가 터득한 나름의 루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시간대 선택: 평일 오전이나 오후 2~3시가 가장 좋습니다. 관객이 적어서 좋은 자리 고르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조용합니다.
  • 좌석 위치: 저는 항상 뒷줄 통로 쪽을 선택합니다. 화장실 가기 편하고, 누가 뒤에서 쳐다보는 느낌도 없습니다. 나이 들면 솔직히 상영 중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가야 합니다.
  • 예매 방법: 앱으로 미리 예매하면 현장에서 어색하게 “한 명이요”라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예매번호만 찍으면 됩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매표소 직원분들은 혼자 오는 손님을 전혀 신기하게 안 봅니다. 하루에 수십 명씩 혼자 오시는 분들을 보니까 그럴 수밖에요.

팝콘의 재발견

예전에 가족이랑 올 때는 라지 사이즈 팝콘에 콜라 두 잔 이랬습니다. 혼자 갈 때 처음엔 아무것도 안 샀습니다. 혼자서 팝콘 들고 있으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런데 세 번째쯤 가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왜 눈치를 봐야 하지?’

그 이후론 스몰 사이즈 팝콘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삽니다. 이 조합이 제겐 딱 맞습니다. 팝콘은 영화 시작 전 광고 시간에 반 정도 먹고, 나머지는 중간에 조금씩. 아메리카노는 원래 제가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콜라는 이 나이에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 혼영이 좋았던 점

온전히 나만의 시간

30년 회사 생활 동안 ‘나만의 시간’이라는 게 있었나 싶습니다. 퇴근 후에도 카톡 알림, 주말에도 업무 연락. 그런데 영화관에 들어가서 휴대폰을 끄는 순간, 정말 세상과 단절됩니다.

2시간 동안 아무도 저를 찾지 않습니다.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직장 다닐 때는 몰랐습니다. 퇴직하고 나서야 ‘아,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싶었습니다.

영화 선택의 자유

예전에 아내랑 같이 가면 무조건 로맨스 아니면 가족 영화였습니다. 애들이랑 가면 마블이나 애니메이션이고. 제가 보고 싶은 느와르나 전쟁 영화는 항상 후순위였습니다.

혼자 가니까 제가 보고 싶은 거 봅니다. 당연한 건데, 이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일본 흑백 고전 영화 상영회를 갔는데, 같이 갈 사람을 찾았으면 아마 못 갔을 겁니다.

생각 정리의 시간

영화가 끝나고 바로 집에 안 갑니다. 영화관 근처 커피숍에서 30분 정도 앉아 있습니다. 방금 본 영화 생각도 하고, 그냥 멍하니 창밖도 보고. 이 시간이 의외로 좋습니다.

집에 가면 또 할 일이 생기거든요. 밥 차리고, 청소하고, 이것저것. 영화관 근처 커피숍은 뭔가 ‘바깥세상’에 있는 느낌이라 머리가 환기됩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들

다 좋다고만 하면 거짓말이겠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 끝나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

이게 제일 큽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랑 “야, 그 장면 봤어?” “저 배우 연기 진짜 좋더라”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혼자니까 그냥 속으로 삼킵니다.

집에 가서 아내한테 얘기해봐야 “그래? 재밌었어?” 정도의 반응이고. 아내가 관심 없는 건 당연합니다. 본인이 안 봤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영화 본 후기를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나중에 비슷한 영화 볼 때 참고도 되고, 기록으로 남기니까 나름 의미가 있더군요.

특정 장르는 여전히 민망함

로맨스 영화는 아직도 혼자 보기 좀 그렇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제 나이대 남성이 혼자 로맨스 영화 보러 가면 뭔가…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달까요.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혼영할 때는 주로 범죄물, 액션, SF, 다큐멘터리 위주로 봅니다. 로맨스는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는 걸로.

비용이 은근히 나간다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한 달에 열 번 정도입니다. 평일 조조로 가면 8천 원 정도인데, 팝콘이랑 음료까지 하면 만 오천 원은 나갑니다. 한 달이면 15만 원.

퇴직 후 고정 수입이 없다 보니 이 금액이 부담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멤버십 포인트 열심히 모으고, 카드사 할인 되는 날 맞춰서 가고. 이런 게 좀 번거롭긴 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혼자 가면 정말 아무도 신경 안 쓰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99%는 신경 안 씁니다. 다들 본인 영화 보러 온 거지, 옆자리 사람이 누구랑 왔는지 관심 없습니다. 1%는 뭐냐면, 가끔 옆자리에 앉은 분이 “혼자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그냥 가벼운 대화입니다. 저도 두 번 정도 그런 적 있는데, “네, 시간 맞춰서요”라고 하면 그냥 넘어갑니다.

Q. 주말에도 혼영 괜찮을까요?

가능은 합니다만,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주말 저녁은 커플이나 가족 단위가 많아서 좌석도 듬성듬성 남고, 분위기도 다릅니다. 굳이 주말에 가실 거면 오전 첫 타임을 추천드립니다. 주말 오전은 의외로 한산합니다.

Q. 영화관 처음 혼자 가시는 분께 한마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하나입니다. “그냥 가세요.” 첫 번째는 어색하고, 두 번째는 익숙해지고, 세 번째부터는 편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첫 혼영은 본인이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로 고르세요. 그래야 영화에 집중하느라 민망함을 잊습니다.

🎬 마무리하며

퇴직 후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사이 영화관은 저에게 제2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시간 때우기용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 일상에서 빠지면 허전한 존재가 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뭐 볼까?” 생각하는 게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물론 이게 모든 분께 맞는 취미는 아닐 겁니다. 영화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고, 집에서 OTT로 보는 게 더 편하신 분도 계시겠죠.

그런데 만약 영화를 좋아하시는데 혼자 가는 게 망설여지신다면,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번 가보세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퇴직 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허전하신 분, 누군가와 같이 영화 보러 가기 어려운 상황인 분. 그런 분들께 혼영을 권해드립니다. 거창한 취미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냥 2시간 동안 스크린 앞에 앉아서 다른 세상에 빠져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늘 상영 시간표 한번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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