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못 보는 사람도 견딜 수 있는 스릴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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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 못 보는 사람도 견딜 수 있는 스릴러 추천

이 글을 쓰게 된 건, 사실 좀 창피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습니다. 30년 동안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했으니까요. 근데 막상 그 시간이 사라지고 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화를 많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한두 편씩은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아들 녀석이 “아버지, 스릴러 한번 보세요. 요즘 진짜 잘 만든 거 많아요”라고 추천을 해줬습니다. 근데 제가 원래 무서운 건 영 못 봅니다. 젊을 때부터 그랬어요. 귀신 나오는 거,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들, 그런 건 진짜 못 버팁니다. 심장이 나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 게 너무 불편합니다. 그래서 스릴러라는 말만 들어도 “아, 무서운 거 아니야?” 하고 손사래를 쳤었습니다.

근데 아들이 “스릴러가 다 공포 영화는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뭔가 딱 걸렸습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보기 시작했고, 직접 몇 편을 봤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아, 이게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장르였구나 하고요.


🎥 직접 보니까 달랐습니다 — 제가 본 스릴러들 이야기

처음에 본 게 「세븐」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아들이 “이건 무서운 거 아니에요, 그냥 긴장감 있는 거예요”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틀었는데, 중간에 끄지 않고 끝까지 봤습니다. 무서운 장면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근데 귀신이 나오거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범인이 뭘 했는지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추리하게’ 만드는 거죠. 그게 저한테는 훨씬 편했습니다.

그다음엔 「나이브스 아웃」을 봤습니다. 이건 완전히 달랐어요. 오히려 유머가 있고, 가족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직장생활 오래 한 저로서는 인간관계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이익 때문에 행동하는지, 그게 꼭 직장에서 보던 사람들이랑 별로 다르지 않더라고요. 무섭다기보다는 “아 저 사람 또 저러네”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검은 사제들」을 잘못 골랐습니다. 이건 실패였어요. 종교적 공포물이라는 걸 미리 몰랐던 거죠. 중간에 진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스릴러라고 다 같은 스릴러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실패해봤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이후로는 고르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초자연적 현상이 없는 것, 심리전이나 추리가 중심인 것,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랬더니 훨씬 잘 맞는 작품들을 찾게 됐습니다.


👍 좋았던 점 — 왜 스릴러가 중년 남자한테 잘 맞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래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 보는 눈이 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잘 보는 건 아닌데, 저 사람이 뭔가 숨기고 있다든지, 저 사람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든지 하는 건 어느 정도 느낍니다. 스릴러는 바로 그 감각을 쓰는 장르입니다. 그래서인지 젊었을 때 봤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들이, 지금 보면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프리즈너스」를 보면서는 진짜 많이 흔들렸습니다. 자식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주인공인데, 저한테도 자식이 있으니까 그 감정이 화면에서 그냥 걸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마음이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근데 그게 나쁜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보고 나서 생각이 길게 남았습니다. 요즘 가볍게 웃고 끝나는 콘텐츠를 많이 접하다 보니까, 이렇게 여운이 남는 영화가 더 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올드보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도 개봉했을 당시에는 “저런 거 왜 보나” 했었는데, 퇴직 후에 다시 보니 전혀 다르게 읽혔습니다. 인생에서 어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는 게 그 영화에 있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영화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리 스릴러는 무엇보다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공포 영화는 무서워서 못 자는 거고, 심리 스릴러는 생각이 많아서 못 자는 겁니다. 저는 후자가 훨씬 낫습니다. 무서운 건 그냥 싫지만, 생각하는 건 좋아하거든요.


😅 아쉬웠던 점 —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리 스릴러는 집중을 굉장히 많이 요구합니다. 낮에 피곤하게 있다가 저녁에 소파에 앉아서 반쯤 눈 감고 보기엔 맞지 않는 장르입니다. 저도 「나이브스 아웃」 처음 볼 때 중반부를 졸면서 봤다가, 결말이 무슨 소린지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봤습니다. 두 번 보니까 오히려 더 재미있긴 했는데, 그건 처음부터 집중해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 심리 스릴러들은 간혹 결말이 너무 어둡습니다. 보고 나서 “아 잘 봤다”가 아니라 “아 그래서 어쩌라고”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편인데, 너무 아무것도 해결 안 되고 끝나버리는 영화들은 좀 힘들었습니다. 이건 취향 차이긴 합니다만, 공포 영화 못 보는 분들 중에 예민하신 분들은 결말 분위기도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스릴러들은 처음 30분이 너무 느립니다. 그 부분에서 포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프리즈너스」 초반에 “이게 무슨 영화지?” 했는데, 끝까지 보길 정말 잘했습니다. 그러니까 스릴러는 중간에 끄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처음 30분이 느리게 느껴지면 그게 오히려 나중에 터지는 복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 저도 처음에 이게 궁금했습니다

Q. 스릴러랑 공포 영화, 어떻게 구분하나요?

제가 대략 이렇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는 ‘무엇인가’가 나를 해치러 온다는 구도입니다. 귀신이든, 괴물이든, 살인마든. 반면 심리 스릴러는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속이거나 추적하거나 무너뜨리는 이야기입니다. 초자연적인 게 없고,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이야기라서 현실감이 있습니다. 공포 영화를 못 보시는 분들도 심리 스릴러는 대부분 괜찮으십니다.

Q. 어떤 분들한테 이 장르를 추천하시나요?

저처럼 오래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분들한테 특히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읽는 걸 좋아하는 분, 결말을 미리 예측해보면서 보는 걸 즐기는 분, 그리고 자극적인 건 싫지만 심심한 것도 싫은 분. 이런 분들한테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반대로, 영화 보면서 완전히 쉬고 싶은 분들한테는 좀 버거울 수 있습니다.

Q. 처음 보기에 제일 무난한 작품이 뭔가요?

저는 「나이브스 아웃」을 가장 먼저 추천합니다. 어둡지 않고, 유머도 있고, 결말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불쾌하지 않아요. 스릴러라는 장르에 처음 발을 들여놓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좀 더 묵직한 걸 원하시면 「세븐」이나 「프리즈너스」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 마무리하면서

퇴직하고 나서 뭔가 새로운 걸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거창한 취미를 새로 시작하기엔 몸도 마음도 좀 번거롭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너무 심심합니다. 그런데 영화, 특히 이 스릴러라는 장르가 저한테는 딱 맞았습니다.

보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멀리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소파에 앉아서 집중만 하면 됩니다. 근데 그 집중하는 두 시간 동안, 퇴직 후에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잠깐 멈춥니다. 그게 저한테는 꽤 소중합니다.

공포 영화 못 보신다고 스릴러도 피하셨다면, 한번 기회를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반신반의했으니까요. 근데 막상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잘 맞는 장르였습니다. 같은 처지의 분들한테 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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