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전 극장에서 봤던 터미네이터2 다시 보기
며칠 전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터미네이터2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멈칫했습니다. 1991년, 그러니까 제가 스물여덟 살 때 극장에서 처음 봤던 그 영화였습니다. 당시 회사 동기들과 퇴근 후 종로의 어느 극장에서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옛날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근데 막상 다시 보니까 30년 전 기억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좋은 의미로도, 조금 아쉬운 의미로도요. 그래서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터미네이터2, 어떤 영화인가
터미네이터2는 1991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SF 액션 영화입니다. 정식 제목은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이었습니다. 1편에서 악역이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이번에는 주인공 존 코너를 지키는 수호자로 나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시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래에서 온 두 터미네이터가 있습니다. 하나는 존 코너를 죽이러, 다른 하나는 그를 지키러 온 것입니다. 여기서 아놀드가 연기한 T-800이 지키는 쪽입니다. 반대편에는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T-1000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1편에서 악역이던 놈이 갑자기 좋은 놈?”이라고 의아했습니다. 근데 영화를 보면 그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이게 카메론 감독의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30년 만에 다시 본 감상 – 여전히 놀라운 것들
💧 액체 금속 효과, 지금 봐도 신선합니다
T-1000의 액체 금속 변신 장면은 지금 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1991년에 이런 CG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요즘 마블 영화들의 CG가 오히려 더 어색해 보일 때가 있거든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지금이 훨씬 발전했겠지만, 당시 기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 장인정신 같은 게 느껴집니다.
특히 T-1000이 바닥에서 스르륵 올라오는 장면 있잖습니까.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옆에 앉은 동기가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녀석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가 새롭게 보입니다
젊었을 때는 그냥 “우와, 근육 대단하다”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번에 다시 보니까 아놀드의 연기가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로봇이 서서히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정말 섬세하게 표현했더라고요.
표정이 거의 없는 연기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나이 먹고 나니 알겠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변화를 보여줘야 하거든요. 특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눈빛이 달라집니다. 젊었을 때는 못 느꼈던 부분입니다.
👨👩👦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의 관계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존 코너에게 터미네이터는 어쩌면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됩니다. 물론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진 않습니다. 근데 둘의 상호작용을 보면 그게 느껴집니다.
58세가 된 지금, 저도 아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아버지로서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돌아보게 되는데, 이 영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30년 전에는 그냥 액션 영화였는데, 이제는 부자 관계에 대한 영화로도 보입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들
다시 보니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무조건 좋았다고만 하면 거짓말이겠죠.
첫째, 사라 코너의 캐릭터가 너무 극단적입니다.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사라 코너는 1편의 평범한 여성에서 전사로 변신했습니다. 그건 좋은데, 정신병원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핵전쟁을 예언하는 사람을 정상으로 볼 리 없겠지만, 그녀의 광기 어린 표정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둘째, 액션 장면이 요즘 기준으로는 조금 느립니다. 당시에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었는데, 지금 보면 템포가 좀 여유롭습니다. 요즘 영화들이 워낙 빠른 편집을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요즘 영화의 정신없는 편집이 별로거든요. 근데 객관적으로 보면 젊은 분들에게는 지루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셋째, 러닝타임이 좀 깁니다. 137분입니다. 2시간 17분이에요. 중간에 화장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나이 먹으니까 방광도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극장 개봉판은 더 짧았던 것 같은데, 지금 스트리밍에서 보여주는 건 감독판인 것 같습니다.
📌 다시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 1편을 안 봐도 됩니다. 물론 보면 더 좋지만, 2편만 봐도 이야기 이해하는 데 문제없습니다. 필요한 배경 설명은 영화 초반에 다 나옵니다.
- 화질 복원판을 추천합니다. 요즘 나오는 건 4K 리마스터링 된 버전입니다. 1991년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좋습니다.
- 더빙판보다 자막판을 추천합니다. 아놀드의 그 유명한 “I’ll be back” 대사는 원어로 들어야 제맛입니다. 더빙하면 뭔가 힘이 빠져요.
- 밤에 보는 걸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어두운 장면이 많습니다. 낮에 햇빛 들어오는 거실에서 보면 반은 안 보입니다. 제가 처음에 그랬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첫째,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분들. 저처럼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던 분들이라면 분명히 그때 기억이 떠오를 겁니다. 같이 봤던 사람, 극장 앞에서 먹었던 간식, 영화 끝나고 나눴던 대화. 영화 자체보다 그런 추억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요즘 SF 영화에 질린 분들. 마블 영화가 20개가 넘어가면서 좀 지치셨죠? 저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지켜야 할 아이. 그게 전부입니다. 근데 그 단순함이 오히려 집중하게 만듭니다.
셋째,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으신 분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기계와 소년의 유사 부자 관계를 다룹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뭔가 고민이 있으신 분들에게 의외의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넷째, 아놀드 슈왈제네거 전성기 시절을 모르는 젊은 분들. 요즘 아놀드 하면 “익스펜더블스에 나오는 할아버지” 정도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그의 전성기 모습을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진짜 대단합니다.
🎞️ 마무리하며
30년이라는 시간은 참 깁니다. 그때 극장에서 같이 영화를 봤던 동기들 중 몇 명은 연락이 끊겼고, 몇 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도 머리가 희끗해졌고, 허리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영화는 그대로입니다.
아놀드는 여전히 젊고, T-1000은 여전히 무섭고, 존 코너는 여전히 어린 소년입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시간을 담아두는 타임캡슐 같은 거죠.
퇴직 후 뭘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영화 다시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새 영화를 찾아 헤매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봤던 영화를 꺼내 보는 것도 의외로 좋습니다. 영화는 그대로인데 나는 변해 있거든요. 그 차이를 느끼는 것도 일종의 자기 성찰이 됩니다.
터미네이터2가 그랬습니다. 30년 전에는 액션 영화였는데, 지금은 인생 영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추억의 영화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