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 왜 명작인가
얼마 전 새벽에 잠이 안 와서 TV를 켰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흑백 화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쉰들러 리스트’였습니다. 1994년에 극장에서 처음 봤으니까,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입니다. 근데 막상 다시 보니까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군요.
30대 초반, 한창 회사 일에 치이던 시절에는 솔직히 “아, 무거운 영화다” 정도로만 느꼈습니다. 물론 좋은 영화인 건 알았습니다. 근데 가슴 깊이 뭔가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58년을 살아오면서 부모님을 떠나보냈고, 30년 다닌 회사도 떠났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본 쉰들러 리스트는 저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새벽 내내 울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 쉰들러 리스트, 어떤 영화인가
혹시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작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실존 인물인 오스카 쉰들러라는 독일인 사업가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전쟁을 이용해 돈을 벌려던 속물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을 싼 노동력으로만 봤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변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는 직접 보셔야 합니다. 스포일러는 제 입으로 할 수 없습니다.
러닝타임이 3시간 15분입니다. 상당히 깁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극장에서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요즘 영화들처럼 화려한 CG도 없고, 대부분이 흑백입니다. 그런데도 3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가
✨ 흑백 영상이 주는 압도적인 힘
사실 저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1993년이면 컬러 영화가 당연한 시대 아닙니까. 왜 굳이 흑백으로 찍었을까. 스필버그 감독이 괜히 예술적인 척 하려는 건가, 그런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근데 막상 보면 이해가 됩니다.
흑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실제 같습니다. 우리가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그 시대의 기록 영상들, 전부 흑백 아닙니까.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다”라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컬러였으면 이 효과가 절대 안 났을 겁니다.
그리고 유명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흑백 화면 속에서 빨간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걸어가는 장면입니다. 영화 전체에서 색이 들어간 건 딱 이 장면뿐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직접 보셔야 합니다.
🎭 리암 니슨의 연기, 그리고 아몬 괴트
리암 니슨이 오스카 쉰들러 역을 맡았습니다. 요즘은 테이큰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정말 다릅니다. 처음에는 약삭빠르고 세상 물정 잘 아는 사업가로 나옵니다. 근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의 눈빛이 변합니다. 그 변화를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랄프 파인스가 연기한 아몬 괴트라는 나치 장교 캐릭터가 더 인상 깊었습니다. 이 인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악역인데, 단순히 미워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가 발코니에서 유대인들을 저격하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악이 어떻게 일상이 되는지,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나치는 나쁘다”가 아닙니다. 훨씬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 실화라는 무게감
영화 보고 나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오스카 쉰들러는 실제 인물이고, 그가 구한 유대인은 1,100명이 넘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실제 생존자들과 그 후손들이 나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30년 회사 생활하면서 저는 뭘 했나.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 그런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쉰들러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었습니다. 바람둥이였고, 사업 수완은 좋았지만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결국 1,100명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이게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그런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 존 윌리엄스의 음악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해리포터. 전부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맡았습니다. 근데 쉰들러 리스트 음악은 그 어떤 작품과도 다릅니다. 바이올린 선율이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츠학 펄만이라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했습니다. 그 선율을 들으면 가슴이 저립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유튜브에서 메인 테마만 검색해서 들어보셔도 느낌이 올 겁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그 음악만 따로 듣습니다. 들을 때마다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 솔직히 말하는 아쉬운 점
명작이라고 해서 완벽한 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러닝타임이 정말 깁니다. 3시간 15분. 한 번에 보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새벽에 우연히 봤지, 일부러 시간 내서 보려면 각오가 필요합니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이건 확실히 진입 장벽입니다.
둘째, 감정적으로 굉장히 무겁습니다. 저는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다른 영화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가볍게 즐기는 영화가 절대 아닙니다. 컨디션 안 좋은 날 보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셋째, 유대인 캐릭터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쉰들러이니까 당연한 건데, 그래도 구조 대상인 유대인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더 깊게 다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에 비해 피해자보다 구원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평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몇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좋습니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왜, 어떻게 학살했는지 대략적인 배경을 알고 보면 이해가 더 잘 됩니다. 모르셔도 영화 자체가 설명을 잘 해주긴 합니다.
- 시간을 넉넉히 잡으세요. 중간에 끊으면 흐름이 깨집니다. 가능하면 한 번에 보시길 권합니다.
- 혼자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아내랑 같이 볼까 하다가 혼자 봤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울 때 신경 안 쓰고 울 수 있었습니다.
- 영화 끝나고 바로 다른 거 하지 마세요. 여운이 깁니다. 그 여운을 좀 음미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이 영화를 추천하는 분
“역사 영화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이런 말은 안 하겠습니다. 그건 너무 뻔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살면서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나” 싶은 순간이 있는 분. 퇴직하고 나서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30년 일하고 나니까 허무하더군요. 이 영화는 그런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근데 뭔가 방향 같은 걸 느끼게 해줍니다.
요즘 세상이 너무 삭막하다고 느끼시는 분. 뉴스 보면 온통 안 좋은 이야기뿐 아닙니까. 이 영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를 다루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 어두운 시대에도 쉰들러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게 희망 아닐까요.
자녀가 크고 나서 대화 주제가 마땅찮은 분. 솔직히 저도 성인 된 아들이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많습니다. 근데 이 영화는 좋은 대화 주제가 됩니다. 역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선택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고 연출료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로 물든 돈”이라며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그 수익 전부를 홀로코스트 교육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영화를 대하는 자세부터 남다른 작품입니다.
저는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냥 퇴직 후 영화로 일상을 채우는 평범한 58세 남자입니다. 근데 이 영화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입니다.
30년 전에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때가 다르듯이, 아마 10년 후에 다시 보면 또 다른 게 보이겠지요. 그런 영화입니다. 볼 때마다 다른 걸 발견하게 되는, 진짜 명작.
오늘 밤, 시간 되시면 한번 보세요. 3시간 15분, 후회 안 하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