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이 자꾸만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
📽️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퇴직한 지 반년 정도 되니까 영화를 참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남아돌면서 전에는 한 번만 보고 넘어갔던 감독들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중에 가장 자주 돌아오는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입니다. 처음엔 “아, 이 사람 유명하니까 한번 봐야지” 이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근데 막상 그의 영화들을 몇 편 보다 보니까 자꾸 궁금해지는 겁니다. 왜 이 사람은 자꾸만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서 만들까. 혼자 영화 보며 중얼거리다가 결국 블로그에 이렇게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 직접 그의 영화들을 보며 느낀 것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본 건 상당히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때는 뭐가 뭔지 헷갈리면서도 흥미로웠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에 퇴직 후 한 달에 한 두 편씩 체계적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많으니까 자막도 꼼꼼히 읽고,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유튜브 영화 해석 영상도 찾아보고. 정확하진 않지만 대여섯 편은 다시 봤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건데, 놀란이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어렵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그의 방식이 굉장히 의도적이고 계산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시간 순서를 뒤섞는다든지, 여러 개의 평행한 사건들을 동시에 진행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는데, 여러 번 보다 보니까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에서 삼십 년을 일하면서 느낀 건데, 세상이라는 게 항상 일직선으로 진행되지는 않거든요.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때론 뒤늦게 깨닫는 것들이 있습니다. 놀란의 영화가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현실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좋았던 점들
가장 좋았던 건 이 복잡함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관을 나가서 한참이 지나도 “아, 그럼 그 장면은 이런 뜻이었구나” 이런 깨달음이 들어옵니다. 퇴직 후 일상이 좀 단조로워지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뇌를 쓸 기회가 생기니까 은근히 좋더라는 겁니다. 마치 직장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던 그런 느낌 말입니다.
또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봐도 매번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정말 매력적입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자막도 다시 읽어보니 전에 놓친 대사들이 있고, 화면에 스쳐지나가는 장면들도 의미가 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그냥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거의 미스터리를 푸는 재미 같은 것입니다.
더불어 그의 영화들이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진다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신뢰할 수 있는가, 현실이 정말 현실인가 같은 거 말입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이런 생각들을 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야 이런 질문들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 아쉬웠던 점들, 솔직하게
그런데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놀란의 이런 스타일이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영화는 복잡한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아무리 여러 번 봐도 왜 이렇게 꼬아서 만들어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감정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보는 것 같아요. 복잡한 구조에 집중하다 보니까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관계가 덜 와닿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몇 편 다시 봤는데,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뭘 느끼고 있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복잡함에 감정이 파묻혀 있다고 할까요.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이런 스타일이 모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겁니다. 제는 퇴직 후 여유가 생겨서 여러 번 보고 해석 영상도 찾아볼 수 있지만, 바쁜 사람들이나 그냥 편하게 영화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힘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아내가 한 편 보다가 “이건 너무 어렵다”고 포기한 적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때론 이 복잡함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데도 한 겹, 두 겹을 더 얹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을 때 개운한 느낌이 아니라 피곤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들
그럼 놀란 영화는 누가 봐야 하나요?
제 생각엔 시간이 좀 있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봐야 합니다. 특히 퇴직한 분들이나 학생들처럼 영화를 천천히 여러 번 볼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에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즐기려고 하는 분들에겐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 놀란 감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완벽한 감독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의 스타일은 분명 독특하고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만, 항상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이진 않다는 뜻입니다. 감정과 이성, 서사와 철학, 오락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더 잘 잡으면 정말 완벽할 것 같은데 아직까진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떤 영화부터 봐야 하나요?
제 개인적 추천이라면 그나마 덜 복잡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복잡한 작품부터 보면 놀란이라는 감독에 대한 선입견이 나쁬로 생길 수 있거든요. 차라리 그의 작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것부터 접하고,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가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 마무리하면서
퇴직 후 제가 영화를 많이 보게 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그의 영화들이 항상 좋은 건 아지만, 분명히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 감독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이유가 다르듯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놀란 감독의 영화를 다르게 평가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그 복잡함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반응이 다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 그의 영화를 봐볼까” 하고 생각하신다면, 적절한 시간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그럼 분명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