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 풀기엔 역시 스릴러 — 50대가 꼭 봐야 할 한국 범죄 스릴러 5편

한국 범죄 스릴러

🎬 퇴직하고 나서야 제대로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직장 다닐 때는 영화 한 편 제대로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30년을 제조업 현장에서 버텼는데, 퇴근하면 몸이 너무 무거워서 소파에 눕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나마 주말에 뭔가 틀어봐야 10분도 안 돼서 잠들기 일쑤였습니다. 근데 막상 퇴직하고 나니까, 하루에 시간이 이렇게 많은 게 오히려 낯설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후배 녀석이 “형, 요즘 뭐 하세요?” 하고 묻길래 “그냥 집에 있다”고 했더니 대뜸 영화 목록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한국 범죄 스릴러만 골라서요. 처음엔 “이런 거 내 취향이 아닌데” 싶었습니다. 근데 첫 번째 작품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못 뗐거든요.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저처럼 오래 직장생활을 한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우리 세대는 영화도 뭔가 “교훈이 있어야 한다”거나, “좋은 영화는 조용하고 묵직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스릴러 같은 장르는 좀 가볍게 봤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완전한 편견이었다는 걸, 퇴직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 직접 보고 나서 달랐던 것들

제가 이 다섯 편을 본 건 꽤 짧은 기간에 몰아서 봤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두 주도 안 됐던 것 같아요. 아내가 친정에 간 동안 혼자 있었는데, 처음엔 그 고요함이 심심했는데 영화를 틀고 나서는 오히려 혼자인 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말 걸면 집중이 깨지니까요.

일단 제가 고른 다섯 편을 하나씩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순위를 매기는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본 순서대로, 그리고 각각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 첫 번째 — 살인의 추억

이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미 봤겠지”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그냥 “유명하다더라” 하고 묵혀둔 분들께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사실 제목만 수십 번 들었지, 제대로 앉아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충격받은 건, 범인을 잡지 못한 채로 끝난다는 점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충격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형사 박두만이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눈빛. 30년 직장생활 동안 제가 느꼈던 어떤 감정이랑 비슷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는 그 허탈함. 뭔가 뭉클하면서도 묵직하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 두 번째 — 아저씨

이건 좀 다른 결입니다. 살인의 추억이 답답하고 무거운 스릴러라면, 아저씨는 몸이 앞으로 당겨지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원빈이라는 배우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게, 처음에는 좀 어색했습니다. 근데 중반부 넘어가면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유독 마음에 걸렸던 건 소미라는 아이였습니다. 어른들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는 아이 말이죠.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상황이 자주 보입니다. 잘못은 위에서 저질렀는데 피해는 아래가 고스란히 받는 구조. 영화가 단순한 액션으로만 읽히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 세 번째 — 추격자

이 영화는 솔직히 보는 내내 숨이 막혔습니다. 불편한 영화입니다. 범인이 누군지 초반부터 다 보여주는 구성인데,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습니다. 잡을 수 있는 상황인데 계속 어긋나는 그 답답함이, 어떤 장면보다 심리적으로 더 강하게 눌러왔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본 날 밤에 잠을 좀 설쳤던 것 같습니다. 나이 들면 무서운 거 잘 못 본다는데, 저는 피가 무서운 게 아니라 이렇게 “막을 수 있었는데”라는 장면이 더 무서웠습니다. 직장생활 중에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었거든요. 막을 수 있었던 사고, 막을 수 있었던 오해, 막을 수 있었던 이별. 영화가 그걸 건드렸습니다.

🃏 네 번째 — 베테랑

이건 좀 숨통이 트이는 영화였습니다. 앞의 세 편이 전부 무겁고 눅눅한 분위기였다면, 베테랑은 통쾌한 맛이 있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류승범이 연기한 재벌 3세와 대립하는 구조인데, 이게 직장인 정서를 꽤 정확하게 건드립니다.

회사 다닐 때 소위 “낙하산”이나 “오너 일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옆에서 일해본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분명히 뭔가 느끼실 겁니다. 저는 중간 장면에서 혼자 박수를 쳤습니다. 아내가 있었으면 창피할 뻔 했지요. 근데 솔직히 그게 이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밖에서도 감정이 이어지는 것. 그게 좋은 영화 아닐까요.

🕵️ 다섯 번째 — 내부자들

마지막은 내부자들입니다. 이건 제가 이 다섯 편 중에서 가장 늦게 봤는데, 보고 나서 “이걸 왜 이제 봤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병헌, 조승우, 이경영.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영화 내내 팽팽합니다.

이 영화는 특히 우리 50대 세대, 그러니까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몸으로 겪어온 사람들한테 특별하게 읽힐 겁니다. 정치, 언론, 재벌이 얽혀서 서로 먹고 먹히는 구조가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거든요. 다 아는 얘기인데 이렇게 영화로 보면 또 달리 느껴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 좋았던 점 — 이래서 한국 스릴러입니다

제가 이 다섯 편을 보면서 공통으로 느낀 건, 한국 범죄 스릴러에는 “사람 냄새”가 있다는 겁니다. 할리우드 스릴러처럼 전부 계획적이고 완벽한 게 아니라,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감정적입니다. 그게 오히려 더 진짜같이 느껴졌습니다.

30년 동안 직장에서 봐온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완벽한 악인도 없고 완벽한 선인도 없었습니다. 다들 자기 사정이 있고, 자기 약점이 있고, 어느 순간 이상한 선택을 했습니다. 한국 스릴러의 인물들이 딱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 몰입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들은 보고 나서 뭔가 남습니다. 그냥 “재밌었다” 하고 끝나지 않아요. 밥 먹다가, 산책하다가 문득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여운이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 아쉬웠던 점 —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근데 이게 다 좋기만 했냐면, 그건 아닙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우선 폭력 장면 수위가 꽤 높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추격자나 아저씨는 특히 그렇습니다. 저야 그냥 봤는데, 같이 보려고 아내를 불렀다가 한 30분 만에 나가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거 왜 봐요”라는 말을 들었고요. 부부가 함께 보기엔 좀 부담스러운 작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자들 같은 경우는 등장인물이 많고 관계가 복잡해서, 처음에 흐름을 놓치면 나중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간에 한 번 멈추고 인물 정리를 다시 했습니다. 나이 들면서 확실히 복잡한 서사를 한 번에 따라가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부끄럽지만 솔직한 경험입니다.

또 한 가지는, 이 영화들이 다 조금씩 어둡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기분 전환이 목적이라면 좋은데, 기분이 이미 많이 가라앉아 있는 날에 이걸 보면 오히려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컨디션 좋은 날에 보시길 권합니다.

❓ 자주 받는 질문들

Q. 스릴러를 거의 안 봤는데 이 중에서 처음 시작하기 좋은 건 뭔가요?

저라면 베테랑을 먼저 권할 것 같습니다. 가장 보기 편하고, 유머도 있고, 뒤끝도 통쾌합니다. 스릴러 특유의 압박감이 있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아서 입문용으로 딱입니다. 그다음에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Q. 50대 남성 말고 다른 연령대도 재밌게 볼 수 있나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근데 제가 굳이 50대를 콕 집어 말씀드리는 건, 이 영화들 안에 있는 맥락들, 그러니까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 조직 문화, 세대 갈등 같은 것들이 젊은 세대보다는 우리 세대한테 더 실감 나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젊은 분들도 재밌게 보시겠지만, 우리처럼 그 시대를 직접 살아온 사람들한테는 영화가 조금 다르게 읽힐 거라 생각합니다.

Q. 혼자 보는 게 나을까요, 같이 보는 게 나을까요?

솔직히 저는 혼자 보는 게 더 좋았습니다. 집중도 잘 되고, 중간에 멈추거나 되돌려 보는 것도 자유롭고요. 같이 보면 서로 반응을 나누는 재미가 있긴 한데, 이 영화들은 혼자 조용히 흡수하는 편이 더 깊이 남는 것 같았습니다. 저만의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만.

✍️ 마무리하며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졌는데, 처음엔 그게 어색했습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그 공허함. 아마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그 공백을 채운 게 저한테는 이 영화들이었습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사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소파에 앉아서 두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 근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정리해줬습니다. 직장 다닐 때 쌓였던 감정들, 다 정리하지 못했던 기억들, 그런 것들이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소화가 됐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로 지쳐 있는 분이든, 저처럼 퇴직 후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인 분이든, 한국 범죄 스릴러 한 편쯤은 꼭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거기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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