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영화가 지겨운 사람을 위한 색다른 로맨스 영화 목록

색다른로맨스

🎬 멜로 영화가 지겨운 사람을 위한 색다른 로맨스 영화 목록

퇴직하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뭔지 아십니까. 시간입니다. 갑자기 시간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30년 넘게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서 밤 열시에 귀가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까, 처음 두 달은 솔직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 많을 때는 두 편씩 봤습니다.

처음엔 뭘 봐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순위에 있는 거, 유명한 거 위주로 봤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로맨스 영화를 줄줄이 보게 됐습니다. 왜냐고요. 직장 다닐 때는 너무 피곤해서 무거운 영화는 엄두를 못 냈거든요. 그러다 보니 로맨스나 코미디 위주로 보게 됐는데, 이게 또 한두 편 보다 보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녀가 만나고, 오해가 생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비 맞으면서 고백하고. 그 공식이 너무 뻔해졌습니다. 제 아내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당신이 원래 영화 취향이 없어서 그런 거야”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좀 찔렸습니다. 그래서 진짜로 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뻔하지 않은 로맨스 영화. 멜로인데 멜로 같지 않은 것들을요.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저처럼 멜로 영화의 공식에 지친 분들, 근데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장르로 넘어가기는 좀 아쉬운 분들한테 제가 직접 보고 좋았던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 막상 찾아보니까 — 색다른 로맨스 영화와의 첫 만남

처음에 저는 “색다른 로맨스”를 검색했는데, 대부분 추천 목록이 비슷비슷했습니다. 어디서나 나오는 영화들이 반복됐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두 달 동안은 그냥 남들이 다 봤다는 것만 골라봤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내가 틀어놓은 영화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아내가 보고 있던 영화인데,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왜인지 슬프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장르가 로맨스이면서 동시에 다른 장르가 섞인 영화였습니다. 그때부터 눈을 뜨게 됐습니다. 아, 로맨스가 꼭 로맨스만 해야 하는 건 아니구나. 다른 무언가와 섞이면 완전히 다른 감각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준을 바꿨습니다.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로맨스가 포함된 색다른 영화”로요.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까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 직접 보고 추천하는 색다른 로맨스 영화들

💡 〈이터널 선샤인〉 — 기억을 지운다고 사랑도 지워질까요

이 영화는 사실 예전에도 제목은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뭔가 좀 어렵다더라”는 소문만 듣고 안 봤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봤는데, 솔직히 처음 30분은 뭔 소린지 잘 몰랐습니다.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라서요. 근데 그 혼란스러운 구조 자체가 나중에 이해가 되면서, 아 이게 다 의도된 거구나 싶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30년 직장생활 하면서 후회스러운 선택들이 꽤 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서 뭔가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이 영화 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봤습니다. 멜로인데 멜로가 아니고, SF인데 SF 같지도 않고.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영화입니다. 연애 얘기를 하면서 결국 인간이 기억과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 이후로 한동안 아내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이상하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요.

💡 〈어바웃 타임〉 — 시간을 돌릴 수 있어도 결국 남는 건

이 영화는 타임 트래블이 나옵니다. 근데 그게 핵심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는데, 그걸 연애에 쓰고, 가족한테도 쓰고, 결국 깨닫는 게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 장면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제 아버지가 십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올라서요.

로맨스 영화로 분류되지만, 이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영화입니다. 연애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보고 나면 연애 얘기가 기억에 남는 게 아닙니다. “오늘을 충분히 살았나”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퇴직 후 시간이 많아진 저한테는 이게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처음엔 망설였는데, 보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이 영화를 추천 목록에서 봤을 때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58세 남성이라는 게 부끄럽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첫사랑의 설렘과 고통, 그리고 그게 끝났을 때의 감각. 그걸 이렇게 섬세하게 담은 영화를 저는 처음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벽난로 앞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 장면은 대사가 없습니다. 근데 그 침묵이 어떤 대사보다 많은 걸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제가 스물몇 살 때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다가 끝내 말도 못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30년도 더 된 일인데. 영화가 이렇게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는구나 싶었습니다.

💡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 — 대화가 곧 사랑인 영화

이 영화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두 사람이 그냥 걷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입니다. 액션도 없고, 큰 사건도 없고, 그냥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영화야”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대화에 빨려 들어갑니다.

시리즈가 세 편인데, 각각 촬영 시점이 다릅니다. 두 배우가 실제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찍었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영화에선 풋풋한 청춘이 보이고, 두 번째는 조금 현실적이 되고, 세 번째는 중년 부부의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세 번째 편인 〈비포 미드나잇〉이 제일 좋았습니다. 아내한테 말했더니 “그러니까 당신은 싸우는 장면이 재밌냐”고 하던데요. 그게 현실이라서 좋았습니다. 이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오래된 사랑의 모습이 거기 있었습니다.

💡 〈그녀(Her)〉 —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건 진짜 특이한 영화입니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요즘 세상에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저도 요즘 AI 챗봇이랑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이게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이 영화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연결을 원하는 존재인가. 그 연결이 AI여도 되는가. 그 질문이 영화 내내 배경처럼 깔려 있습니다. 멜로의 공식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해도 없고, 삼각관계도 없고, 달리는 장면도 없습니다. 그냥 한 남자가 이어폰을 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근데 그게 왜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 좋았던 점 — 왜 이 영화들이 특별했는가

이 영화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건, 사랑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위한 통로로 쓰인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 시간에 대한 이야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연애가 중심인 것 같은데 결국 삶 전체를 건드립니다.

퇴직하고 나서 감정이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30년 직장생활 동안 감정을 너무 눌러왔나 봅니다. 근데 이 영화들 보면서 가끔 눈물이 났습니다. 창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감각이 반가웠습니다. 내가 아직 뭔가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요.

또 하나 좋았던 건, 이 영화들은 결말이 다 예쁘게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실적입니다.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고, 모호하게 끝나기도 합니다. 그게 더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완벽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멜로 영화는 보고 나면 그냥 기분이 좋다가 금방 사라지는데, 이 영화들은 며칠씩 생각이 납니다.


😅 아쉬웠던 점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좋은 것만 얘기하면 재미없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이터널 선샤인〉은 처음 보기에 구조가 복잡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진짜 무슨 얘기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저도 중간에 한번 잠깐 딴생각 했다가 다시 돌려봤습니다. 두 번 봐야 제대로 이해되는 영화라서, 한 번 보고 판단하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는 솔직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저는 좋았는데, 대화가 많고 사건이 없다 보니까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특히 빠른 템포에 익숙한 분들한테는 힘들 수 있습니다. 아내도 저랑 같이 보다가 두 번째 편쯤에서 “나 먼저 자도 돼?”라고 했으니까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앞서 제가 말했듯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제 주변 남자 지인들한테 추천했다가 “그런 건 좀…”이라는 반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근데 저는 그게 아쉬웠습니다. 선입견 없이 보면 정말 좋은 영화인데 말이죠.

〈그녀(Her)〉는 후반부가 좀 철학적으로 흐르는데, 그 부분에서 “이게 로맨스 영화가 맞나”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몰입했다가 갑자기 개념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약간 붕 뜨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완전히 감성적으로 끝났으면 하는 분들한테는 그 부분이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이런 영화들, 나이 든 사람이 봐도 공감이 될까요?

이건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입니다. 지인들한테 추천하면 “우리 나이에 그런 거 봐도 돼?”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봐도 됩니다. 오히려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 이야기나, 〈비포 미드나잇〉의 중년 부부 이야기는 젊은 사람들보다 저 같은 나이 든 사람이 훨씬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살아온 날이 많을수록 공명하는 지점도 많습니다.

Q2. 이 영화들, 연인이랑 같이 봐야 좋을까요, 혼자 봐야 좋을까요?

솔직히 둘 다 괜찮습니다. 근데 제 경험으론, 혼자 본 영화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같이 보면 영화 끝나고 서로 얘기를 나눠야 하잖아요. 근데 이 영화들은 말로 정리하기 전에 그냥 한동안 혼자 삭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특히 그랬습니다. 아내와 같이 봤을 때보다 나중에 혼자 다시 봤을 때가 훨씬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Q3. 여기 나온 영화 말고 비슷한 류로 더 추천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제 기억이 맞다면 〈원더풀 라이프〉라는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생전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 하나를 골라서 그걸 영상으로 남기고 저세상으로 간다는 내용인데요, 직접적인 로맨스는 아니지만 사랑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연결되는 영화입니다. 또 〈파 프롬 헤븐〉이라는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완전히 다른 감각의 로맨스 영화인데, 사랑이 얼마나 사회적인 제약 안에 있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 두 편도 일반적인 멜로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줍니다.


✍️ 마무리 — 결국 좋은 로맨스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퇴직하고 나서 영화를 많이 보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습니다. 진짜 좋은 로맨스 영화는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다른 걸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시간, 기억, 외로움, 선택, 후회. 이런 것들입니다.

멜로 영화가 지겨운 이유는 아마 그 공식에 질렸기 때문일 겁니다. 만남, 오해, 이별, 재회. 근데 사랑 자체가 지겨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사랑에 대해 더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오래된 아내를 보면서 설레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게 당연해져도, 그 안에 사랑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복잡함을 담은 영화들이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린 영화들입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들 중에 한 편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냥 한번 틀어보시길 바랍니다. 처음엔 생소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근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나는 영화라면, 그게 좋은 영화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중년 남자가 보기에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걸 보장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용약관 |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