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보기 좋은 중년 로맨스 영화 추천 10편

🎬 아내와 함께 보기 좋은 중년 로맨스 영화 추천 10편

퇴직하고 나니까 시간이 참 많아졌습니다. 30년 넘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던 몸이 어느 날부터 할 일 없이 거실에 앉아 있으니까, 솔직히 좀 막막했습니다. 아내도 처음엔 좋아하더니 일주일쯤 지나니까 “당신 맨날 집에만 있을 거예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게 영화였습니다.

근데 막상 영화를 찾아보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너무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우리 세대가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아내랑 같이 보려고 틀었다가 어색한 장면 나와서 리모컨 찾느라 허둥대던 적도 있고요. 그때 제 기억이 맞다면 분명 “가족 영화”라고 검색했는데, 왜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아내와 함께 본 영화가 아마 200편은 넘을 겁니다. 그중에서 우리 같은 중년 부부가 보기에 정말 좋았던 로맨스 영화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사실 단순합니다. 저처럼 퇴직 후 뭘 봐야 할지 모르는 분들, 아내랑 같이 볼 영화 찾다가 지친 분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 직접 아내와 함께 본 로맨스 영화 10편

1. 노트북 (The Notebook, 2004)

사실 저도 처음엔 이 영화 별로였습니다. “너무 유명한 거 아니야?” 하고 넘기려 했거든요. 근데 아내가 한번 보자고 해서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말이 안 나왔습니다.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오래된 사랑”이더군요.

아내가 영화 끝나고 저한테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그날 밤 평소보다 대화를 많이 했던 건 확실합니다.

2. 비포 선셋 (Before Sunset, 2004)

이건 3부작 중 두 번째 편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첫 번째 편은 1995년에 나왔을 겁니다. 솔직히 첫 번째 편은 너무 젊은 감성이라 와닿지 않았습니다. 근데 두 번째 편은 달랐습니다.

9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파리 거리를 걸으면서 이야기만 합니다. 액션도 없고, 반전도 없습니다. 근데 그 대화가 참 좋았습니다. “나이 먹으니까 선택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많아진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아내랑 저랑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

잭 니콜슨이 나옵니다. 성격 괴팍한 작가가 웨이트리스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처음엔 “이게 무슨 로맨스야?” 싶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너무 막 대하거든요.

근데 보다 보면 묘하게 빠져듭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사랑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현실적이었습니다. 30년 같이 살아온 아내한테 가끔 못되게 굴었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영화 끝나고 아내한테 괜히 잘해줬습니다.

4.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크리스마스 시즌에 봤는데, 이건 여러 커플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다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젊은 커플들 이야기는 “그때는 그랬지” 하면서 넘겼습니다.

근데 중년 부부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가 울면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더군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저 마음 알 것 같다”고 하더군요. 꼭 외도 때문이 아니라, 오래 살다 보면 참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5. 우리도 사랑일까 (Hope Springs, 2012)

이건 진짜 우리 세대를 위한 영화입니다. 메릴 스트립이랑 토미 리 존스가 나옵니다. 결혼 31년 차 부부가 권태기를 겪으면서 부부 상담을 받으러 가는 내용입니다.

보면서 좀 불편했습니다.

왜냐면 남편 역할이 저랑 너무 비슷했거든요. 아내가 뭔가 시도하려 하면 “뭘 또 그래” 하면서 막는 모습, 대화가 없어지는 모습. 영화 보는 내내 찔렸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웃으면서 저 쿡쿡 찌르더군요. “당신 저거 똑같아” 하면서요.

6.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시간 여행이 나오긴 하는데, SF 영화는 아닙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사랑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직접 들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스포일러는 아니고, 그냥 그 장면은 직접 봐야 뭉클함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 돌아가신 지 15년 됐는데, 이 영화 보면서 처음으로 영화관 아닌 집에서 눈물 흘렸습니다. 아내가 옆에서 휴지 건네주더군요. 말은 안 했지만 알겠더라고요.

7.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이건 로맨스로 분류하기 애매할 수 있는데, 저한텐 사랑 영화였습니다. 포레스트가 제니를 평생 사랑하는 마음이요. 조건 없이, 변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는 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보면 조건 따지고 계산하던데, 우리 세대도 뭐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근데 이 영화 보면 그런 게 부끄러워지더군요. 단순하게 사랑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아내한테 “나 너 포레스트처럼 사랑해”라고 했더니 “그럼 나는 제니야? 그건 좀 싫은데”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8. 노팅힐 (Notting Hill, 1999)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나옵니다. 유명한 영화배우와 평범한 서점 주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닙니다. 근데 그게 중요한가요?

영화는 영화니까요.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분위기가 밝다는 겁니다. 너무 무겁지 않아서 주말 오후에 커피 한 잔 놓고 보기 딱 좋습니다. 아내가 이 영화 본 다음 날 갑자기 영국 여행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직 못 갔습니다. 내년엔 꼭 가보려고 합니다.

9. 브룩클린 (Brooklyn, 2015)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젊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로맨스도 있지만 성장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고향과 새로운 땅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이 영화를 추천하냐면, 아내가 이 영화 보면서 자기 젊은 시절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고 시댁에 처음 갔을 때 낯설었던 이야기, 고향 떠나 서울 와서 외로웠던 이야기. 영화 한 편이 우리 부부한테 대화 거리를 만들어줬습니다. 그게 좋은 영화 아닐까 싶습니다.

10.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 아니,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처음엔 “달콤한 인생”을 넣으려다가 뺐습니다. 이병헌 나오는 그 영화요. 근데 그건 로맨스라기보다 느와르라서요. 대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넣었습니다.

파리 밤거리를 걷다가 1920년대로 시간 여행하는 내용인데,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영화 자체가 예쁩니다. 아내가 이 영화 보고 나서 “우리도 파리 가자”고 했는데, 아까 노팅힐 때도 영국 가자고 했거든요. 영화 볼 때마다 여행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이 영화들의 좋았던 점

가장 좋았던 건 대화가 생긴다는 겁니다.

30년 같이 살다 보면 솔직히 할 말이 없어집니다. “밥 먹었어?” “응” 이게 끝입니다. 근데 영화 보고 나면 “저 장면 어땠어?” “나는 저 부분이 좀 그랬는데” 이런 대화가 생깁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참 소중하더군요.

그리고 중년 로맨스 영화들은 젊은 영화들과 다르게 “유지하는 사랑”을 보여줍니다. 시작하는 사랑은 누구나 예쁩니다. 근데 그걸 30년, 40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만 압니다. 위에 추천한 영화들 중 상당수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어색한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아내랑 같이 보는데 갑자기 민망한 장면 나오면 둘 다 불편하잖아요. 위에 추천한 영화들은 그런 걱정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다 검증했습니다.

😅 솔직히 아쉬웠던 점들

다 좋았던 건 아닙니다.

“노트북”은 좋은 영화인데, 후반부가 너무 슬픕니다. 아내가 울었는데, 저도 좀 우울해졌습니다. 기분 좋게 보려고 틀었는데 눈물 흘리면서 끝나니까 그날 저녁 분위기가 좀 가라앉더군요.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날에는 비추천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내용은 좋은데, 중간에 좀 불편한 대화들이 나옵니다. 부부 상담 장면에서요. 아내가 “우리도 상담 받을까?” 하고 농담처럼 물었는데, 저는 그게 농담으로 안 들렸습니다. 괜히 찔리는 부분이 많아서, 마음의 준비 없이 보면 좀 힘들 수 있습니다.

“비포 선셋”은 대화만 나오기 때문에 졸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내는 재밌게 봤는데 저는 중간에 5분쯤 졸았습니다. 피곤한 날엔 안 맞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은, 한국 중년 로맨스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겁니다. 찾아보니까 대부분 젊은 사람들 이야기거나, 중년이 나와도 로맨스보다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더군요. 그래서 위 목록이 외국 영화 위주가 됐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자막으로 봐도 괜찮을까요?

네, 충분합니다. 저도 영어 못합니다. 30년 직장생활 동안 배운 영어라고는 “땡큐” “오케이” 정도입니다. 근데 자막 있으면 다 이해됩니다. 오히려 더블링된 버전보다 원어에 자막이 감정 전달이 잘 되더군요.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보면 자막 잘 나옵니다.

Q. 꼭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아닙니다. 제가 번호 붙인 건 순위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순서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시면 됩니다. 기분 밝게 하고 싶으면 “노팅힐”이나 “어바웃 타임”, 좀 진지한 대화 나누고 싶으면 “우리도 사랑일까”나 “비포 선셋” 추천합니다.

Q. OTT 없이도 볼 수 있나요?

대부분 오래된 영화라 유튜브에서 유료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도 대여 가능하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편당 2,000~3,000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커피값이 5,000원인데, 영화 한 편이 커피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 마무리하며

퇴직하고 나서 가장 좋아진 것 중 하나가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겁니다. 근데 시간이 늘어난다고 자동으로 사이가 좋아지는 건 아니더군요. 뭔가 같이 할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영화가 저한텐 그 역할을 해줬습니다.

위에 추천한 영화들은 제가 직접 아내와 함께 보면서 괜찮았던 것들입니다. 물론 취향은 다 다르니까 모든 분한테 맞진 않을 겁니다. 근데 적어도 “이거 뭐야, 왜 이런 게 나와?” 하면서 어색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늘 저녁에 뭐 볼지 고민되시면, 위에서 하나 골라보세요. 팝콘까지는 아니어도 과자 하나 까놓고, 불 좀 어둡게 하고 보면 분위기 괜찮습니다.

저는 오늘 아내랑 “비포 선라이즈” 1편 다시 볼까 합니다. 아까 2편이 좋다고 했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1편부터 다시 보자고요. 안 졸고 끝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졸면 또 보면 되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영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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