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이 더 깊이 공감하는 영화들
퇴직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뭔지 아십니까. TV 앞에 앉는 거였습니다. 30년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귀가하던 사람이, 갑자기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지니까요. 처음 한 달은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애니메이션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틀어만 뒀습니다. 애니메이션이 뭐 대단하겠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저는 소파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 있었습니다. 58년 살면서 애니메이션 보고 운 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 처음엔 몰랐습니다, 이게 나를 위한 영화인 줄
사실 저도 처음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 같이 보던 것들, 그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처음 몇 편은 반쯤 딴 생각 하면서 봤습니다. 근데 막상 제대로 앉아서 보니까 달랐습니다. 대사 한 마디가 그냥 지나가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제대로 집중해서 본 게 지브리 작품이었는데, 그때 받은 충격이 꽤 컸습니다. 이게 아이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나한테 하는 말 같았습니다.
퇴직 후에 시간이 많다 보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됐고, 어른이 공감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따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유명한 것들부터 봤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이런 영화들은 아이가 보면 그냥 이야기로 보이는데, 나이 든 사람이 보면 자기 인생이 보인다는 거였습니다. 그게 참 묘했습니다.
🌊 직접 보고 나서 깊이 남은 작품들
🧓 바람이 분다
이 영화는 정말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 남자가 꿈을 향해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근데 현실이라는 게 그걸 다 허락해주진 않잖습니까. 영화 속 주인공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기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30년 직장생활 했던 저와 겹쳐 보였습니다. 화려한 장면도 없고, 액션도 없습니다. 근데 끝나고 나면 한참 멍하게 있게 됩니다.
🐟 레드 터틀
정확하진 않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대사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좀 당황했습니다. 처음 20분은 솔직히 좀 지루했습니다. 근데 계속 보다 보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섬 하나에서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 그게 제 인생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청춘도 있고, 중년도 있고, 노년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그걸 다 담아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서 오히려 더 잘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이건 조금 더 젊은 감성의 작품인데, 제가 보기엔 오히려 중년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가슴 한쪽을 건드립니다. 저도 직장생활 하면서 하고 싶은 말 참은 게 얼마나 많았는지, 보면서 자꾸 그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 성장 이야기 같지만, 사실 어른들의 억눌린 감정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 판타스틱 Mr. 폭스
이건 좀 다른 결의 작품입니다. 가벼운 척하면서 은근히 깊은 말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살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이야기인데, 웃기면서도 어딘가 쓸쓸합니다. 퇴직하고 나서 보니까 더 와닿았습니다. 나는 평생 뭘 위해 살았나, 라는 질문이 슬쩍 떠올랐습니다.
👍 이 영화들이 좋았던 이유
- 직접 말하지 않는다는 것: 교훈을 떠먹여 주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이 알아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그게 더 깊이 들어옵니다.
-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남는다: 일반 영화는 보고 나면 금방 잊히는 것도 있는데, 이 작품들은 며칠 후에도 장면이 떠오릅니다.
-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이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스크린을 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게 이 영화들의 힘인 것 같습니다.
😅 아쉬웠던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아쉬운 점이 없진 않습니다. 일단 이런 작품들은 속도가 느립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레드 터틀 같은 경우는 중간에 끄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솔직히 두 번 일시정지 눌렀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은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을 때 보면 오히려 너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위로받으러 봤다가 오히려 더 침잠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음 상태를 좀 보고 골라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게 제가 몇 번 겪으면서 배운 것입니다.
🙋 자주 하는 질문들
Q. 애니메이션인데 정말 어른이 보기에 괜찮습니까?
이건 제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제 대답은 오히려 어른이 더 잘 느낀다는 겁니다. 살아온 시간이 길수록 영화 속 감정이 겹쳐지는 게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보지만, 어른은 자기 인생을 봅니다.
Q. 어떤 분들께 추천하십니까?
퇴직 후 일상이 갑자기 비어버린 분,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살아온 분, 인생의 의미 같은 걸 가끔 생각하시는 분들께 특히 권합니다. 거창한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나랑 비슷한 감정을 영화에서 만나고 싶으신 분들께 맞습니다.
Q. 어떤 순서로 보는 게 좋습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너무 무겁지 않은 것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판타스틱 Mr. 폭스 같은 작품으로 시작해서 점점 깊은 것으로 가시는 걸 권합니다. 처음부터 무거운 것 고르면 애니메이션 자체가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 마무리하면서
퇴직하고 나서 애니메이션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이 영화들이 제 퇴직 초반의 공허함을 꽤 많이 채워줬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실사가 아니어도, 오히려 그래서 더 솔직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들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지나치지 마시고, 한 번 조용한 저녁에 혼자 앉아 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게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