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를 못 보던 내가 처음으로 끝까지 본 작품

공포영화첫경험

공포 영화를 못 보던 내가 처음으로 끝까지 본 작품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평생 공포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30년 넘게 직장 다니면서 영화관을 찾을 때마다 항상 로맨스, 액션, 가끔은 다큐멘터리 쪽으로만 손이 갔습니다. 공포 영화 포스터만 봐도 괜히 눈을 피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퇴직하고 나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 아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버지, 이제 시간도 많으신데 공포 영화 한번 도전해보시지 않겠어요?” 하고요.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나이 오십 넘어서 무서운 거 보려고 일부러 심장 쫄리게 할 필요가 있냐 싶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 말이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혼자 조용히 한 편을 틀어봤습니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끝까지 봤다는 게 그냥 제 개인적인 자랑 같은 거지만, 혹시 저처럼 공포 영화가 무서워서 시작도 못 하시는 분들한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 공포 영화, 왜 그렇게 못 봤냐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공포 영화를 접한 게 한 삼십 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직장 동료들이랑 단체로 영화관 갔다가 억지로 보게 됐는데, 그때 화면에서 갑자기 뭔가 튀어나오는 장면에 얼마나 놀랐는지 음료수를 쏟아버렸습니다. 동료들이 한바탕 웃었죠. 그 이후로는 공포 영화라고 하면 그냥 “나는 그 장르 아닌 사람”이라고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하루에 영화 한 편씩 보는 게 낙이 됐는데,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공포 영화들이 자꾸 올라오더라고요. 썸네일만 봐도 섬뜩한데, 이상하게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저도 처음엔 ‘그냥 넘기자’ 했습니다. 근데 막상 리뷰들을 보다 보니까, “이건 진짜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분위기 영화에 가깝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봤습니다.


🎥 내가 선택한 작품 — 헤레디터리 말고, 다른 걸로

제가 고른 영화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였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걸 추천해준 사람이 “소리를 내면 죽는 영화인데, 무섭기보다 긴장되는 쪽이에요”라고 했거든요. 그 말 한마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피가 튀기거나 귀신이 나오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요.

실제로 틀어보니까, 처음 10분은 그냥 무음에 가까운 분위기였습니다. 자막을 읽으면서 ‘이게 뭐야’ 싶었는데,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가족이 소리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처음엔 이상하게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 숨소리도 죽이면서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공포 영화가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 초보자 눈으로 본 이 영화의 특징들

① 피와 귀신이 없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공포 영화를 못 보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저는 두 가지가 제일 싫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 그리고 혈액이 낭자한 장면.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괴생명체가 나오긴 하는데, 그게 화면에 오래 잡히는 편이 아니고요. 무섭다기보다 긴장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 30년 동안 마감 전날 밤 느끼던 그 압박감이랑 비슷한 종류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적응이 잘 됐습니다.

② 가족 이야기라서 감정 이입이 됐습니다

이게 제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진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 보는 게 아니라, 가족이 걱정돼서 보게 된 거거든요. 영화 속 아버지가 자식들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솔직히 말하면 저한테도 겹쳐 보였습니다. 나이 드니까 그런 장면에 더 예민해지더라고요. 공포보다 감동이 먼저 왔습니다. 그게 좀 뜻밖이었어요.

③ 소리를 이용한 긴장감이 독특했습니다

이 영화의 묘미가 뭔지 아십니까? 조용함 자체가 무기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배경음악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는데, 그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영화 볼 때 과자 봉지 뜯는 습관이 있는데, 이 영화 볼 때는 그게 저절로 멈추더라고요. 그 정도로 화면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오락적 공포가 아니라 체험형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영화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④ 상영 시간이 짧아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가 한 시간 반 정도 됩니다. 길지 않아요. 공포 영화를 처음 도전하는 분들한테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두 시간이 넘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지거든요. 실제로 저도 30분쯤 됐을 때 잠깐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이미 절반 왔네’ 싶어서 계속 봤습니다. 그 선택이 맞았습니다.


⚠️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좋은 것만 얘기하면 재미가 없겠죠. 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보다 액션에 치우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반의 그 팽팽한 조용함이 나중엔 조금 흐려지더라고요. 분위기 영화를 기대하고 봤는데, 끝 쪽은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 설정에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왜 저기서 저렇게 행동해?” 싶은 장면이 중간중간 나왔는데, 이건 제가 공포 영화 문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실제 허점인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나중에 아들한테 물어봤더니 “공포 영화는 원래 좀 그래요” 하더라고요. 그 말도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안 됐습니다.
  • 혼자 보니까 더 무서웠습니다. 이건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제 실수인데, 처음 도전하는 분들은 혼자 보는 건 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밤중에 혼자 거실에서 봤는데, 영화 끝나고 화장실 가는 게 좀 망설여졌습니다. 오십 팔에 이런 말 하기 좀 민망하지만 사실입니다.

👥 이런 분들한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포 영화 입문이라는 게 사실 생각보다 장벽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한테 이 영화, 혹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지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 공포 영화는 보고 싶은데 귀신이나 피가 싫은 분. 이건 딱 맞습니다. 피 한 방울 없어도 충분히 긴장됩니다.
  • 혼자 시간을 보내는 분. 퇴직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저 같은 경우에, 이런 영화가 오히려 집중력을 올려줘서 좋았습니다. 지루함을 잊게 해줬습니다.
  • 자녀와 함께 보고 싶은 분. 너무 어린 아이는 모르겠지만,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같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대화 거리도 생기고요.
  • 영화 장르 폭을 넓히고 싶은 분. 저처럼 특정 장르만 보다가 변화를 주고 싶은 분들한테 이런 진입 장벽이 낮은 공포 영화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 마무리하며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겁니다. 공포 영화라는 장르가, 다 무섭고 징그러운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저도 그 편견을 가지고 수십 년을 살았는데, 막상 한 편 끝까지 보고 나니까 ‘이게 뭔가 다른 경험이구나’ 싶었습니다. 당장 다음 편이 보고 싶다거나, 완전히 팬이 됐다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아직도 귀신 나오는 건 무섭습니다. 근데 적어도 ‘공포 영화는 나와 상관없다’는 벽은 조금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퇴직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졌을 때, 새로운 걸 시작하기가 이게 은근히 어렵습니다. 뭘 하든 ‘나이가 있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거든요. 근데 영화 한 편 보는 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해도 손해 없고요. 이 글이 저처럼 공포 영화 앞에서 늘 뒤돌아서던 분들한테 작은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친구한테 이야기하듯 썼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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