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퇴직하고 나서야 제대로 보게 된 배우, 최민식
퇴직하고 나서 하루에 영화 한 편씩은 꼭 보고 있습니다. 30년 직장생활 동안 “나중에 봐야지” 하고 미뤄뒀던 영화들이 목록으로만 수백 편이 쌓여 있었거든요. 근데 막상 하나씩 꺼내서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계속 한 배우로 수렴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바로 최민식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좋아하는 배우 작품 몰아보기” 정도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이건 그냥 영화 감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제가 느낀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변천사를요.
🎞️ 처음엔 “다 비슷한 거 아냐?” 했던 제가 틀렸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처음엔 최민식 하면 그냥 강렬한 눈빛, 거친 연기, 이런 이미지만 있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동료들이랑 “올드보이 봤어?” “파이란 봤어?” 이 정도 대화가 다였으니까요. 그러다 퇴직하고 나서 초기작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좀 당황했습니다.
데뷔 초반 작품들을 보면 지금의 최민식이랑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연극 무대 출신으로 영화판에 넘어오면서부터였을 겁니다. 초반 작품들은 날것의 에너지가 있지만, 조금 거칠고 투박한 면이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그게 오히려 매력이지만, 처음 봤을 땐 “아 이 사람이 나중에 그 최민식이 된다고?” 싶었습니다. 그 갭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시기, 그 농밀함에 대해
파이란을 봤을 때가 제겐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장생활 내내 “명작”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정작 못 봤던 작품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보니까, 이건 연기가 아니라 삶이었습니다. 강재라는 인물이, 세상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간인데, 그 처량함이 너무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저도 직장 다닐 때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감정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58년 살면서 배우한테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올드보이는 말이 필요 없죠. 다들 아는 작품이니까요. 근데 제가 주목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그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최민식은 인물의 내면 붕괴를 단계적으로 보여줬다는 겁니다. 눈빛 하나, 턱의 움직임 하나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시절 인터뷰에서 최민식이 “연기는 설명이 아니라 존재”라는 말을 한 걸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화면에서 그대로 보였습니다.
✨ 중후반기, 원숙함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명량을 보면서 또 다른 최민식을 만났습니다. 이순신이라는 역할은 워낙 무게가 있는 인물이라 부담이 클 텐데, 그걸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무게로 표현했습니다. 큰 소리보다 침묵이 더 무서운 연기랄까요. 저는 직장생활 오래 하면서 “진짜 리더는 떠들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는데, 화면 속 그 이순신이 딱 그랬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는 그런 연기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작으로 넘어오면서 느낀 건, 이 사람이 이제는 스스로를 완전히 비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은 연기랄까요. 초반의 날것 같은 에너지는 없어졌지만, 대신 훨씬 깊어졌습니다. 강물이 좁을 때 빠르고 시끄럽다가, 넓어지면 조용하지만 깊어지는 것처럼요.
👍 좋았던 점, 이 배우를 따라가며 느낀 것들
- 시기마다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배우인데 작품마다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 눈이 연기를 합니다. 대사가 없어도 감정이 전달됩니다. 50대가 넘어 제가 보니까, 눈빛 하나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 흥행과 상관없이 자기 색을 지켰습니다. 쉬운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작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배우입니다. 보통 배우들은 나이가 들면 흐릿해지는데, 이 사람은 오히려 선명해졌습니다.
😔 아쉬웠던 점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말만 하면 뭔가 찜찜하니까, 제가 느낀 아쉬운 점도 얘기해야겠습니다. 최민식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죽 훑다 보면, 중간에 꽤 오랜 공백기가 있습니다. 물론 배우 개인의 선택이고 사정이 있겠지만, 그 시기에 이 배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작품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가 한창 다양하게 피어나던 때에 좀 아쉬운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아쉬움인데요. 코미디나 가벼운 장르에서 최민식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무거운 역할들이 대부분이라, 때론 “이 배우가 웃는 장면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게 이 배우의 정체성이라 어쩔 수 없지만요. 저처럼 감정 소모가 좀 힘든 날엔, 선뜻 최민식 영화를 고르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습니다.
❓ 자주 받는 질문들, 제 주변에서도 이런 걸 물어보더라고요
Q. 최민식 영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뭐가 좋을까요?
저는 파이란을 추천합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는 작품이라 처음 접하기 좋습니다. 올드보이는 나중에 보셔도 됩니다.
Q. 연기 변천사를 느끼려면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순서 없이 봤는데, 오히려 그게 더 흥미로웠습니다. 나중에 초기작을 보면 “아, 이때는 이랬구나”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Q. 최민식 영화가 너무 무겁고 힘든 것 같은데, 그래도 볼 만한가요?
솔직히 맞습니다. 무거운 작품이 많습니다. 근데 그 무게가 공허하지 않고 뭔가를 남깁니다. 보고 나서 “아, 인생이 이런 거지” 하고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기운이 좀 있는 날, 여유 있게 보시길 권합니다.
🪑 마무리하며, 이 배우를 왜 지금 다시 봐야 하는지
퇴직하고 나서 영화를 보다 보니,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우의 손 떨림, 눈동자의 방향, 숨을 참는 순간들.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그런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나이 먹고 나서, 삶을 좀 살아보고 나서야 그 연기의 진짜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30대, 40대 때 봤다면 그냥 “대단한 배우다” 하고 넘겼을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 이 나이에 보니까, 그 인물들이 다 어디선가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게 진짜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삶을 좀 살아본 중년 이상의 분들이라면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한 번쯤 차근차근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제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을 받으실 겁니다.